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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습

[곤충] 매미의 우화




내가 살고 있는 이 건물은 작년에 지어졌다.
건물이 있기 전에는 이 곳에 큰 나무가 하나 있었나 보다.

지금은 콘크리트 가루로 뒤덮혀 버린 건물 옆 흙밭에서
간간히 매미 유충이 한 마리씩 땅을 파고 올라온다.
흙이 아닌 하얀 콘크리트를 온 몸에 덕지덕지 바르고서.

유충은 허물을 벗기 위해 올라갈 나무도 풀도 없는 그 곳을 계속 헤메고만 있다.
안쓰러워 보여 내가 키우는 토마토 화분에 옮겨놨더니
거기서라도 우화를 시작한다.

흐린 날이라 그랬는지 8시부터 10시까지, 좀 이른 시간이었다.
우화 내내 플래시를 터트렸는데
매미의 경우 유충 시기에는 땅 속에서 살기 때문에 시력이 필요없고 우화를 하면서 시력을 형성할 것 같아서,
악영향을 줄 것 같아 망설여지긴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보니 매미가 아직도 토마토에 앉아 있었다.
혹시 눈이 멀어 버린건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휭 하고 날아가 버린다.
마음 속에 남아있던 가책도 조금은 날아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