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팡야 섬에서 6주년 기념 이벤트가 있었다.
아니, 얼마 전이라기엔 두 달이라는 만만찮은 시간이 지났지만, 왜 이제야 포스팅을 하는고 하니
포스팅을 하려고 기억을 더듬을 때 마다, 스샷을 볼 때 마다, 성질이 뻗쳐서 부들거리는 두 손을 주체하지 못하여
마음이 진정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각설하고, 6주년 이벤트의 메인은 역시 '참치 클럽' 획득 이벤트 였으나, 나에겐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비린내 나는 참치따위 까맣게 잊게 해줄 검봉님 강림!!!!!!!!!
이벤트 화면에는 없으나 봉다리샵에서 나오는 지난 레어아이템 목록 중에 까망봉다리가 있었다!!
이 소식을 보는 순간 모니터 앞에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6년 동안 팡야를 해오면서 가졌던 단 하나의 욕심.
네 소원은 무엇이냐 하고 팡야개발자가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까망봉다리를 얻는 것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쿠키템 없이도 스핀30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스핀마스터리도 먹지 않고 쿠키도 없이 까망봉다리 만으로 나오는 완전한 스핀30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
어쨌든 검봉 갖고 싶다구요. 나의 팡야에서 끝판왕은 검봉입니다.
지금까지 팡야에서 검봉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있었다.
1차 봉다리샵.
이전까지 모은 내 팡을 쪽쪽 빨아갔던 봉다리샵의 오픈이다.
팡야의 사행성은 봉다리샵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저 귀여운 얼굴로 '애덜아 놀러와' 라는 가증스러움. 세상에 어느 친구가 초대하고선 삥을 뜯나요.
사실 나는 실력있는 유저는 아니었기에 까망봉다리가 올려준다는 스핀10을 이 때까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거래도 안되는 레어템이라니 그냥 하나 가지고 싶었고, 결국 모았던 팡을 바닥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대회만 뛰는 나는 까망봉다리의 위력을 볼 기회도, 체험 할 기회도 없었던 셈이다. 그렇게 한 번의 기회가 지나갔다.
9차 봉다리샵.
캐디꾸미기와 함께 등장한 투명봉다리. 그리고 거기에 꼽사리 낀 까망봉다리.
사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다.
팡을 얼마쓰지 않은 시점에서 나에겐 투명봉다리가 나왔고, 이 때쯤 팡야를 시작한 친구에게선 까망봉다리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친구와의 대전에서, 보지 말아야 할 신세계를.
검봉님이 다스리는 그 세계에서는
티샷마다 오버팡이 흐르고, 아즈텍이 러프에서 그린을 오고 가셨으며, 눈 앞의 벽도 없는 듯 넘어가시더라.
이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투명봉다리 따위는 그냥 음식물쓰레기 담아서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라.
...
...
그리고 두 번째 파산.
팡도 얼마없는 허접에겐 너무 넘기 힘든 운이었을까. 그렇게 두 번째의 기회도 날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찾아온 6주년 이벤트. 이번엔 놓칠 수 없었다.
이 번에 또 검봉을 보내고 나면 이제 언제 올른지 기약도 없다.
마침 이전에 한 장 한 장 모았던 스크래치에서 아린 바니복도 나왔던 참이다.
이 것까지 팔면 내가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팡이 수중에 들어온다. 신이 내린 기회다.
아린아 추워도 좀만 참으렴. 검봉 나오면 좋은 옷 사줄게.
중간에 나온 물약이랑 아린 옷 팔고, 그 팡으로도 안 나와서 또 물약 팔고,
이벤트 마지막 날이라고 새벽 3시까지 꾸벅꾸벅 졸아가며 혼빠진 사람마냥 클릭질 한 결과가 이거라니!
물론 이거보다 팡 훨씬 많이 쏟아붇고도 아니 나온 분들도 많다는 거 압니다.
그렇다고 이게 정상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이 정도의 수위로도 사행성이 붙지 않는 게임이라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봉다리에 패배하고... 분노는 식을 줄을 모르니, 분노한 김에 팡야의 사행성을 물고 늘어져 보기로 한다.
사행성없으나 도박으로 이루어진 게임 팡야
팡야의 게임등급을 살펴보면 사행성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되어 있다.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어디에도 해당이 없는 깨끗한 팡야 등급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그토록 사행성 사행성 외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초창기 팡야에는 없었던 몇 가지 시스템에 들어있는 '랜덤성' 때문이다.
1. 현질의 마수 스크래치카드
팡야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다.
여타의 부분유료 게임이 그렇듯 팡야도
게임을 통해 버는 게임머니인 '팡' 과 현금을 통해 충전하는 '쿠키' 로 화폐가 나뉘어져 있다.
이 중에서 '쿠키' 의 경우 팡야 초창기에는 클럽, 캐릭터의 옷을 구입하는 목적에 주로 쓰였다.
하지만 스크래치카드 시스템의 도입으로 쿠키 충전은 대전환점을 맞게 된다.
스크래치카드란 쿠키 충전시, 그러니까 현금 결제시 팡야측에서 주는 보너스로, 1000원당 1장씩 제공하는 스크래치복권이다.
이 스크래치카드를 긁으면 대부분의 경우 쿠키로 구입할 수 있는 약 등의 자잘한 아이템이 나오지만,
낮은 확률로 레어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레어아이템은 일반적으로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보다 좋은 능력치를 가지고 등장하였다. 레어니까.
자, 이쯤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어들은 능력치1 차이라도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다.
스크래치카드를 위해 쿠키를 충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레어템을 얻기위해 10만원씩 충전하고도 구경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벤토리에는 쓸 일 없는 테이프만 잔뜩 쌓여간다.
게다가 스크래치카드에서 나오는 레어템은 주기적으로 변경되는데, 이 주기가 그리 길지 않다.
기한이 정해진 복권은 유저들의 조바심을 불러 일으키고, 자제하기 힘든 유저들은 많은 돈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들게 아이템을 뽑고 나면 또 새로운 레어아이템의 등장.
그렇게 스크래치는 45차 레어아이템까지 나온 상태이다.
2. 갈 곳 없는 쿠키는 카드팩에 넣어주세요
위에서 스크래치카드의 폐해를 보고 있자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10만원씩 충전 한다는 사람들은 그럼 남아도는 쿠키는 어디다 쓰지?'
팡야는 그냥 자기 캐릭터 하나만 정해서 열심히 하다보면 쿠키를 그다지 많이 쓸 일이 없는 게임이다.
클럽도 한 번 구입하면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며, 능력치를 위한 의류도 기간제가 아니기에 라이트 유저는 더 신경 쓸 일이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쿠키 충전이 도박적인 방법으로 발전 했는지도 모르겠다. 게임회사도 돈은 벌어야 하겠기에...)
그래서 위의 경우처럼 많은 쿠키를 가진 경우 소모처가 없으면 그저 쌓이기만 할테고, 자신의 게임화면에 보이는 쿠키를 보며
어느 순간 유저가 정신을 차리고 심각성을 깨달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카드 시스템이다.
팡야에서 캐릭터가 입는 옷에는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슬롯이 있다.
옷마다 슬롯의 갯수는 정해져 있으며, 카드를 넣어서 특정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자, 그럼 이 카드는 어떻게 얻느냐. 자비로운 팡야에서는 게임을 통해 가~~끔 카드팩을 얻기도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쿠키를 통한 카드팩 구입이다.
이렇게 해서 얻는 카드팩은 뜯는 과정을 거쳐 카드가 나오는데, 이 것 또한 랜덤이다.
카드에도 엄연히 좋은 카드와 나쁜 카드가 존재하며, 좋은 카드는 매우 낮은 확률로 등장한다.
때문에 쓰일 데 없는 쿠키는 이렇게 또 도박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좋은 카드가 나올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뭐 어때? 쿠키 다 쓰면 또 충전하지 뭐. 그럼 스크래치도 얻을 수 있잖아? ^^
3. 열심히 팡 번 당신, 봉다리해라.
그렇다면 쿠키 충전 안하고 비현질 유저는 팡야 랜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분들을 위해 팡야는 또 하나의 함정을 준비해 놓았다. 봉다리샵이 그 것이다.
모두들 실력이 없던 팡야섬 고대에는 유저들이 하루하루 팡벌어 먹고 살기 바빴다.
하지만 서서히 괴수들이 등장하고, 팡야측에서도 유저들을 위해 팡이 많이 벌릴 만한 맵들을 개발해 내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대회 한 번에 적게는 5천팡 많게는 만팡이 넘는 팡을 버는 유저들이 생기면서
게임 중에 풀린 많은 팡으로 인한 인플레를 막아야 할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게 아마 봉다리샵을 개발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팡의 회수를 위해, 팡야에는 또 하나의 도박장이 생겨난 것이다.
봉다리샵은 한 번에 500팡을 소모해 봉다리가 뱉어내는 구슬에서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또한 스크래치카드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경우 게임에서 사용되는 약 등의 아이템을 주고,
낮은 확률로 레어아이템이 나오게 되어있다.
단, 봉다리샵의 경우는 스크래치처럼 보너스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히 레어아이템을 노리고 한다고 봐야 한다.
봉다리샵에서 나오는 아이템의 경우, 가끔 쿠키로 사야하는 아이템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상점에서 사는게 더 싼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초기의 봉다리샵은 쿠키할인권과 같이 쿠키를 대신할 만한 유용한 아이템이 나오기도 했고,
레어아이템의 확률도 높은 편이었으나 유저들에게 말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확률 패치가 되어
이제 쿠키할인권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얼마전까진 목록에 뜨면 무조건 들어가던 스크래치 보조권도 이제 비껴가게 되었다.
이런건 따져봐야 어차피 '확률입니다 고객님 ^^' 할게 뻔하므로 의미가 없겠지.
확률 공개가 없는 한 이런 확률싸움은 결국 유저의 패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몇몇 운 좋은 사람을 제외하고...
4. 이벤트로 여러분의 운을 시험해 드립니다.
사실 이건 이번 참치 클럽 이벤트에 대한 유감의 표시이다.
이 전까진 이런식의 이벤트가 없었으니까.
그냥 좋은 이벤트려니 하고 진행을 하다보니 하면 할 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이렇게 까지 사람 운을 시험하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최상급 참치 클럽이 최종 목표라고 가정하고 얻기 위한 과정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 참치미끼는 조합을 통해 확률적으로 [윤활유]로 변환
②[양식장 참치 클럽]과 [윤활유]를 조합하면 확률적으로 [최상급/상급/불량 참치 클럽]으로 변환
- 최상급이면 지옥에서 탈출
③[상급/불량 참치 클럽]은 [상급 추출액]을 조합하여 다시 [양식장 참치 클럽으로 변환]
[상급 추출액]은 [회귀초]와 [조합 시험관]을 조합하면 낮은 확률로 획득
[회귀초]는 홀컵에서 확률적으로 드랍
최상급이 나올 때 까지 위 과정 반복.
안 해 썅.
이런 이벤트 하지마... ㅠ.ㅠ
사실 팡야는 참 잘 만든 게임이다. 일본에 수출 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유명한 게임이기도 하다.
위에 열거한 내용들도 다른 게임들에서 보이는 강화 시스템 같은거에 비하면 별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사행성 짙은 몇몇 부분은 마음에 걸리는게 사실이다.
뭐 결국 사행성은 유저 개인에게 달린 것이 아닐까. 얼마나 자제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내용이니까.
6년 동안 즐겨온 나한테 검봉 하나 안 줬다고 이렇게 까는거 아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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